연평도 3

연평해전 10년, 남겨진 슬픔

10년 전 대한민국은 온통 월드컵 열기에 뒤덮여 있었지요. 당시 대표팀이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4강까지 가는 동안 재미와 기쁨보다는 피곤과 짜증이 조금더 자리하고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부서 막내였던 저는 월드컵을 온전히 즐길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선배들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 그해 6월29일은 대한민국과 터키의 3,4위전이 열린 날이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생각하며 힘을 내 출근했었습니다. 이날 오전 우리 해군은 북방한계선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과 교전을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영하 대위를 포함해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속보로 이 소식이 알려지자, 월드컵에 혼이 쏙 빠져있던 부원들은 허겁지겁 군 병원과 국방부, 연평도 등으로 흩어져 달려갔습니다. 군 병원으로..

사진이야기 2012.07.02

다시 찾은 연평도에서

출근 전 샤워하는 동안 회사 번호로 부재중 전화 두 통. 그다지 기분 좋지 않습니다. ㅎㅎ "전화 하셨습니까?" "연평도 갈 수 있니?" 물어보는 모양새지만 들어가라는 얘기지요. 우리 군의 해상사격훈련이 예정돼 있고 이에 북이 대응타격 위협을 했다는 군요. "출장 준비해 나와라. 12시 배다." 위험이 있는 곳으로 기꺼이 향해야 하는 것이 사진기자의 운명이지요.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도착한 인천항에서 함께 연평도로 향할 사진기자 동료들을 만나니 좀 든든해 지더군요. ^^ 해병대가 이날 오전에 서해 5도 일대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고, 연평도 주민들은 대피했다는 속보를 확인했습니다. 배에 오른 시간에 이미 훈련이 종료됐지요. 배에 이미 올라탔고, 1년 만에 다시 연평도에 발을 디뎠습니다. 북의 대응타격은..

사진이야기 2012.02.23

개들은 두렵지 않았을까?

연평도 마을을 돌아다니다보면 개들이 참 많습니다. 인적없는 골목에 서너 마리의 개들이 흘깃 쳐다보며 지나가면 개들의 마을에 사람인 내가 들어온 것 같은 착각도 일더군요. 연평도의 개들은 짖거나 위협적이지 않고 그저 순하기만 합니다. 마을의 주인행세를 하는 모양입니다. 만나는 개들은 대부분 북의 연평도 포격이후 유기됐던 개들입니다. 개들은 공포스럽지 않았을까요. 밥을 챙겨주던 주인들이 급히 섬을 벗어나는 것을 지켜 보았을 겁니다. 어쩌면 포격의 공포보다 사람들이 일제히 떠나버린 텅빈 마을의 낯선 공포가 더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개들은 사람이 빠져나간 석 달 간의 고립과 외로움, 배고픔을 견디고 있었던 겁니다. 주민들이 다시 마을로 돌아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동안 개들은 지난 몇 달 동안 그랬듯이 마을을 ..

사진이야기 2011.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