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내 멋대로, 2014 내가 만난 사람들

나이스가이V 2014. 12. 23. 16:41

한 해 동안 찍은 사진을 훑어보았습니다. 올해 제가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과 사진 찍을 당시 상황들이 빠르게 스쳐갔습니다. 사진으로 기록된 순간은 더 또렷하게 기억되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내가 올해 만났던 사람들을 정리해 보자'는 생각을 문득 했습니다. 매년 10명 정도 그해 만난 사람을 기록해 두는 것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2014년에 제가 만난 사람을 제 마음 가는대로 골라 정리했습니다여기에 끼지 못했다고 섭섭해 하실 분은 없으실 테지요. 이런 식으로 2014년을 정리해 봅니다.   

 

건축가 승효상

 

 

대한민국 대표 건축가입니다. 경향신문에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를 연재하고 있지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는 백사마을재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분입니다.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마을은 모두 건축가나 전문가의 손이 닿지 않았어요. 자신의 터전을 손수 닦은 사람들이 그곳의 최고 건축가인 거죠. 백사마을도 원주민이 처음 낸 골목, 쌓은 담장을 그대로 보존한 형태로 개발될 예정입니다. 한국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일이죠.” 기존의 밀고 세우는식의 재개발이 아닌 다른 개발을 시도하는 겁니다. 백사마을에서 5분 거리에 사는 저 뿐 아니라 사진을 하는 이들에게 이곳은 손꼽는 출사장소였지요. 가까이 산다는 이유로 이곳 사진을 많이 찍어두었습니다.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됩니다. 이분의 말과 글을 보면 건축가이기 전에 철학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밀양 할매와 청년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전국에서 모인 2차 밀양희망버스 참가자들이 12일 간의 일정을 보냈습니다. 천막을 치고 마을 입구를 지키는 밀양 할매와 작별 인사하는 한 청년이 눈물을 보였습니다. 이 추위에 고생하는 할머니를 두고 떠나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거고, 할매는 손주 같은 청년의 손을 꼭 잡아 쥐었습니다. 오가는 연대의 온기가 참 따뜻했습니다. 이 사진은 지면에 실리지 못했습니다.

 

오세황 교사와 선빈이, 세욱이




지난 3전교생 두 명과 한 분의 교사가 전부인 강원 인제초등학교 가리산분교를 찾아갔었지요. 멋진 교육관을 가진 오세황 교사와 밝고 맑고 예쁘게 그리고 아이처럼 크고 있는 3학년 선빈이와 세욱이를 만났습니다. 짧은 시간에 정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정화되어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아저씨~”하며 매달리던 아이들 생각하면 지금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김진태 검찰총장



기억하고 싶진 않지만 오래 기억할 인물이며 사진입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사건에 대한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두어 시간 앞두고 검찰총장을 찍으러 갔습니다. 구내식당에 식사를 하고 나오는 김진태 총장이 저를 포함한 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지자 짜증을 내며 삿대질에 욕을 했었지요. 그런 적 없다고 잡아떼다가, 대변인을 통해 사과를 전달해왔습니다. 그 덕에 몇 몇 매체에 인터뷰도 했지요. 유쾌하진 않지만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이소진·김주희·강한솔





416일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머리가 참 복잡해졌습니다. ‘기레기라는 욕을 먹고 무기력해지기도 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했습니다. 사고 100일을 조금 앞두고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10반 소진이, 주희, 한솔이의 방사진을 담았습니다. 아이들이 꿈을 키우던 방을 보여주고 아이들의 꿈을 글로 썼습니다. ‘잊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아주 가까에서 촬영했습니다. 사진기자 몇 명에게만 주어지는 기회였지요. 쉬는 토요일날 일한다고 툴툴댔는데 가톨릭 신자도 아니면서 묵직한 무언가를 얻었던 기억입니다. 세월호라는 국민적 슬픔과 이래저래 살기 버거운 환경에서 교황이 머문 며칠 간은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위로였습니다. 다시 뵙기 힘들겠지요.  

 

배우 최승현



영화 '타자-신의 손'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한 빅뱅의 탑, 배우 최승현은 참 멋진 친구였습니다. 가볍지 않고 겸손한 모습에 무엇보다 강렬한 눈빛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기념사진을 못 찍은 게 참 아쉬워 블로그에 썼었지요. 굳이 올해에 만난 사람에 뽑아야 되나,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사진 속 눈빛을 외면할 수 없어서... ^^

 

프로골퍼 김효주



개인적으로 골프를 치지 않아 얼마나 대단한 실력인지, 어느 정도의 성취를 한 것인지 가늠이 안 된 상태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조명을 써서 사진을 찍으려다 실패한 제가 조금 당황하자 이런 상황 처음이라며 좋아했지요. 웃는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골프채 안 든 사진이 지면에 통으로 실렸지요. 골프를 좋아하는 몇 지인들이 사진 좋다고 하더군요. 기념사진 하나 남길 걸... 뒤늦게 후회했습니다.

 

남기원 선수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육상 원반과 창던지기 국가대표입니다. 사고로 팔을 잃은 뒤 운동으로 다시 일어섰습니다. 대회 시작 전 훈련장에서 다큐를 하며 만난 남기원 선수를 경기장에서 다시 만났지요. 눈짓으로 파이팅을 외쳤더니 벌에 쏘인 손을 들어 보이며 경기가 안 풀린다며 고개를 흔들어 보였지요. 이날 창던지기 성적은 좋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 열린 원반던지기에서는 동메달을 따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언론의 무관심 속에 묵묵히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남 선수와 모든 장애인 선수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2014년 잘 사셨는지요. 행복하셨는지요.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마워요 샤이니월드"  (2) 2014.12.31
내 자식같은 사진  (1) 2014.12.29
실패한 새 사진  (0) 2014.12.17
시나리오 사과  (0) 2014.12.15
앗긴 낭만에 대하여  (2) 2014.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