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버터링쿠키와 아메리카노가 문득 그리워진 날에

나이스가이V 2019. 3. 20. 11:57

1년 전 이맘 때 평창동계패럴림픽 출장에서 돌아왔습니다. 이후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만, ‘1년 전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순간 그 사이의 많은 것들이 뭉텅 잘려나가 버리고 1년 전의 기억으로 즉시 빨려듭니다. 사진과 함께 기록된 기억은 좀 더 구체적인 기억으로 남는 모양이지요.

 

지난해 평창에서 올렸던 블로그를 찾아봤습니다. 하루하루의 단상을 써 모았던 글이 출장의 기억을 또렷하게 살렸습니다. 글의 시작은 두서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일기처럼 모았다. 훗날 사진과 함께 돌아볼 때 입체적으로 기억이 소환될 것”이라 써 놓았네요.

 

동계올림픽에 비해 관심이 덜한 패럴림픽, 개회식 전에 이미 찾아든 피로, 미투·MB소환 등 굵직한 뉴스에 묻힌 대회, 규칙도 모르는 낯선 종목들, 동료 사진기자들이 주는 위로, 대회의 감동 등을 끼적였네요. 그날의 감동이 뭉클하게 살아나고, 덩달아 그때의 피로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는 1년 전 함께 현장에 있었던 J일보의 존경하는 후배 사진기자 J가 당시 장애인아이스하키팀 주장이었던 한민수를 인터뷰(눕터뷰 한민수편)해 그의 새로운 꿈과 도전을 기록했습니다. ‘아 저런 멋진 기획을 했어야 했는데...’ 반성하며 지난 사진과 블로그를 들춰보게 됐습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에서 동메달 확정짓고 인사하는 주장 한민수와 결승골 주인공 장동신.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선수들.

 

   +휠체어컬링 대표선수들.

 

   +스노보드 대표 박항승과 아내 권주리씨.

 

     +알파인스키의 양재림과 가이드 고운소리.

 

‘사진 속의 선수들의 지난 1년은 어땠을까.’ '무엇을 하며 또 어떤 도전을 꿈꿀까.' 적절한 시기에 다시 기록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옵니다. 한편, 사진을 보며 당시 평창과 강릉을 오가고 취재와 마감을 반복하며 정신 없고 피곤했던 날들을 기억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땐 참 잘 즐겼구나' 싶더군요.  

 

+장애인 노르딕스키 대표들. 왼쪽 뒤부터 시계방향으로 권상현, 최보규, 김현우(가이드), 이도연, 서보라미, 신의현, 이정민.

 

+평창동계패럴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봄기운 속에 바람이 제법 쌀쌀합니다. 문득 1년 전 경기장 프레스룸 간식코너에서 시장함을 달래려 먹던 버터링쿠키와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그리워졌습니다. 당시 글에는 버터링쿠키를 군대에서 먹던 쵸코파이에 비유했더군요. 희안하게 맛있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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