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다큐

빵굽는 천사들의 일터 '파니스'

나이스가이V 2006. 9. 11. 22:25
[포토다큐] 웃음 반죽해 행복 굽는 ‘천사들의 일터’
입력: 2006년 09월 10일 17:49:59
 
꿈을 빚어요 실습 나온 김우영씨(오른쪽)가 서툰 손동작으로 반죽을 빚자, 경력3년차의 윤원일씨가 자상하게 요령을 가르쳐주고 있다.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우영씨의 꿈은 이제 그 시작을 빚고 있다.

“기쁘게~(짝짝짝) 야~.”

상큼하고 힘찬 구호로 하루를 시작하는 이곳은 장애우들의 일터인 빵공장 ‘파니스(Panis, 생명의 양식, 천상의 빵이라는 뜻)’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내에 자리 잡은 파니스는 일반 사업장에 취업이 어려운 정신지체우와 발달장애우의 직업재활을 위한 보호작업장이다. 10여명의 장애우들이 직업훈련 교사, 자원봉사자와 함께 다양한 빵과 쿠키를 생산하고 있다.

일과는 분주하다. 전문 기술이 필요한 것 외에 모든 제빵 과정에 장애우들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아 있다. 반죽이 큰 테이블 위에 놓이면 저울에 달아 빵의 종류와 크기에 맞게 떼어낸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동그란 공 모양을 만들고, 팥소를 넣고 소보로 가루를 묻히는 등 성형 작업을 한다. 발효시킨 빵을 오븐에 굽고 식히고 포장까지 모든 과정이 분업화되어 일사불란하게 진행된다. 자신이 담당한 일이 끝났다고 손을 놀리는 법이 없다. 바쁜 과정에 끼어들어 서로 돕는 세련된 동료애는 기본이다.

즐거운 일터다.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웃음이 넘쳐난다. “팥 좀 가져올래?”라는 교사의 말에 “삽이오?”하고 엉뚱한 대답이 나오자 모두 등이 휘도록 한바탕 웃는다. 모든 얘기와 웃음은 같이 나눈다. 전날 빅 매치의 결과나 연예계 뉴스는 다음날 훌륭한 얘깃거리가 된다. 13년 동안 이 작업장에서 장애우들을 지켜봐 온 김영현 교사는 “대화를 위해 드라마와 스포츠 뉴스는 꼭 챙겨 본다”며 웃다가, 어딘가에서 “빵틀 다 닦았어요”라는 말이 들려오자 반사적으로 “잘했어요”하고 격려한다. 분위기 메이커 윤원일씨는 일이 서툰 실습생에게 “잘해~ 열심히 해~”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작업장에 넘쳐나는 웃음과 배려는 빵 맛을 더하는 재료가 된다.

파니스의 식구들은 작업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유난히 밝고 큰소리로 인사를 한다. 직업훈련교사인 이학준 사회복지사는 “이곳의 장애우들은 예절과 대인관계에 대한 교육을 통해 사회생활을 배우고 있다”면서 “만사에 불안함과 부정적 시각을 가졌던 일부 친구들이 이곳 생활을 통해 밝아지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장애우들은 출근할 일터가 있고, 고객들을 위해 정성스레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감과 인내를 배우며 긍정적인 삶의 방향을 터득해 가고 있다.

“기쁘게~”를 외치고 시작한 하루는 또 한번 “기쁘게~”를 목청껏 외치면서 정리된다. ‘기쁨’ 속에 만든 빵이 먹는 이에게 역시 ‘기쁨’이 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일 것이다. 일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 보이는 장애우들이 만든 천상의 빵, 파니스. 장애우들은 이 소중한 시간을 통해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었다. 문의(02)441-4207



자치회의 보호작업장 장애우들의 자치회의 시간. 회의를 주재한 이윤용씨가 동료들이 낸
건의사항을 또박또박 받아 적고 있다. 제빵 외에도 정서교육, 위생교육, 가사실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일할 때가 가장 행복 장애우들이 빵 종류와 크기에 맞게 1차 성형작업, 일명 ‘공굴리기’를 하고 있다. 바쁘지만 여유와 웃음, 서로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다.


 
단판빵일까 소보로일까 40g의 반죽이 쥐어지면 순식간에 동그란 공 모양으로 빚어진다. 저 속에 앙꼬가 들어가거나 가루가 묻혀지면 빵중의 빵인 단팥빵과 소보르빵이 탄생한다.


 
음~ 고소해 오븐에서 갓 구워져 나온 따끈따끈한 빵들이 식혀지고 있다. 파니스는 30여종의 다양한 빵과 과자를 주문생산하고 있다. 단체행사 등에 납품하거나 복지관 내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오늘 힘들었지? 주문량이 많아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 장애우들이 서로의 어깨를 주무르고 있다. 힘들기라도 했냐는 듯 밝은 표정들이다.


〈사진·글 강윤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