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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갯벌은 지금...2006포토르포

나이스가이V 2006. 5. 21. 16:53
[포토르포] 계화도 마지막 생합잡이 “가슴이 답답혀요”
 
 

 사진1>전북 부안군 계화도 살금갯벌에 살던 조개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바닷물을 먹지 못하고 갯벌속에 숨어있던 조개들은 비가 내리자 짠물인줄 알고 고개를 내밀었다 죽고 말았다.




삼성풀, 오전풀, 조개풀, 구복작, 새땅, 돈지골, 거나니풀….

전라북도 부안군 계화도갯벌에 붙여진 이름이다. 저마다 이야기를 간직한 채 전해온 그 이름을 더이상 부를 수 없을 것 같다.

33㎞의 세계최장 새만금 방조제가 지난달 21일 연결됐다. 개발이냐 환경이냐의 가치 대립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15년 만에 이어진 방조제이지만 간척지의 활용방안과 생태환경에 대한 논란 등이 또다른 시험대에 올라 있다. 대립과 논란 속에서 정작 갯벌이 삶의 근간인 어민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끝난 보름 뒤 찾은 계화도. 해가 뜨자마자 조개잡이에 나선 어민들을 실은 경운기 소리가 갯벌의 정적을 갈랐다. 바닷물이 한참이나 들지 않아 말라버린 갯벌이 사막처럼 펼쳐져 있었고, 그 위로는 셀 수 없이 많은 조개들이 썩은내를 풍기며 널려 있었다. 15살 때부터 갯벌에 나와 50년 넘게 조개를 캤다는 한 할머니는 “여기서 지금껏 자식 키우고 잘 살았는데 왜 못 살게 구느냐”면서 “뻘도 썩고 물도 다 썩었다”며 분통을 삭이지 못했다. 간밤에 물이 들었던 곳에 이르자 일찌감치 도착한 어민들이 그레(조개 캐는 도구)로 뻘 바닥을 긁어 생합(백합)을 캐내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환경에 생합의 양도 많이 줄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곧 그레를 놓게 될 날이 올 것에 대한 걱정에 긴 한숨소리가 가득했다.


“답답혀, 답답혀”를 연발하며 말을 꺼낸 계화도 주민 이순덕씨(58)는 “일년 내내 아낌없이 주기만 하는 갯벌인데 이제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하다. 비 오던 날, 물을 한참이나 먹지 못한 생합들이 짠물인 줄 알고 올라왔다 말라죽어가는 걸 보며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며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주민 추귀례씨(50)는 “갯벌은 단순한 무엇이 아니다. 바다에 나가 힘든 거 다 잊었고 그래서 행복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방조제가 하나로 연결된 뒤 조류의 흐름이 막히고 물의 염분이 빠지기 시작했다. 갯벌에 깃들여 살던 동죽, 갯지렁이, 왕구슬우렁이, 비단고둥, 좁살고둥, 농게, 민챙이 등 수많은 생명들도 갯벌이 말라가듯 하루가 다르게 그 생명이 잦아들고 있었다. 국토개발이냐 환경보호냐의 가치 계산 이전에 갯벌이 ‘삶’ 그 자체인 어민들은 자식처럼 소중했던 갯벌 생명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몹시 안타까워했다. 해수를 유통시켜 갯벌을 살리고 생명을 되돌리자는 어민들의 요구는 삶을 지켜내려는 원초적 몸부림이었다.


쫓겨날 신세 아는지 새만금 갯벌은 세계적인 도요새 중간기착지다. 방조제 공사이후 군산 옥구염전에서 계화갯벌로 쫓겨 온 도요들이 자기네 서식지를 또다시 잃을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레질하는 어민들 머리위에서 아름다운 군무를 펼치고 있다.

솟대처럼 살아나라 주민들이 살금갯벌에서 지난밤 비바람에 쓰러졌던 짱뚱어 솟대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환경지표 동물이자 새만금의 생명을 상징하는 짱뚱어 솟대는 지난 2003년 부안주민들이 ‘새만금을 살리자’며 새만금 갯벌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리어카에 실어 행진한 바 있다.


삶을 캐는 갈고리 한 어민이 갈고리를 이용해 조개를 캐고 있다. “대학 다니는 자식들 용돈벌이 정도는 된다”며 조개 캘 날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듯, 쉴 새 없이 갈고리질을 했다.


 
갈라진 갯벌, 길잃은 어선 조류의 흐름이 끊어진 한 포구. 물이 들지 않아 거북등처럼 갈라진 바닥 위에 조업을 포기한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누가 이 생명을… 썩은 내를 풍기는 갯벌. 말라 죽은 비단고둥 위에 게 한 마리가 뒤집어진 채 죽어있다.


〈사진·글/ 강윤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