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배철수 아저씨

나이스가이V 2015. 6. 16. 16:14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 DJ 배철수라는 인물. 제게는 추억 속의 인물입니다. 송골매 멤버로 한창 활동할 때 저는 꼬마였지만 가요톱10’ 등에 나오는 당시 노래를 곧 잘 따라 불렀습니다. 세월이 훌쩍 지나 사진기자가 된 뒤 언젠가 막연히 배철수 아저씨를 찍을 날이 있겠지, 했습니다. 꼬마가 나이 마흔이 넘어 그 아저씨를 만납니다.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그의 주말기획 인터뷰 사진을 찍었습니다. 제 추억이나 옛 기억의 어느 지점에 있던 인물을 만나면 사진에 조금 더 신경이 쓰입니다.

 

어릴 때 노래 많이 따라 불렀습니다.” 사진을 찍기 전에 아저씨와 나사이에 어떤 교감이 있음을 넌지시 던졌습니다. “나이가 그렇게 보이진 않는데요라는 의례적 인사 같은 답이 돌아옵니다. “점점 더 멋있어 지시는 것 같습니다하고 감히 건방진 평가를 섞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살리려했습니다. 물론 진심을 담았지요. 옆에 있던 선배가 불쑥 예전에 참 없어보였잖아요라고 하자 아저씨는 그렇긴했죠라고 받아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사진 배경을 고민했습니다. 집 말고 가장 오래 머물렀을 라디오 스튜디오라는 공간이 가장 적절했지만 너무 빤하다는 사실에 매력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범죄자의 사진일지라도 잘 찍고 싶은 게 사진기자의 직업적 강박인데 먼 추억의 한 자락을 기억하게 하는 이의 사진이라면 더 말할 필요 없겠지요. 그 너무 빤한 공간에 대해 걱정하자, “포토그래퍼에 따라 다른 느낌이 표현 되더라는 격려를 해주셨지요. 상당한 압박이더군요. “사진 찍는 것은 늘 어색하다는 그에게 그만의 독특한 웃음을 유도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는 나도 잘 안 되는 웃음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은 늘 민망합니다.

 

 

스튜디오의 빤한 사진을 다른 느낌으로 찍는 데는 제 내공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앞에서 몇 컷 찍은 뒤 뒤로 돌아가 돌려 앉힌 채 셔터를 누릅니다. 진행자를 둘러싼 콘솔, 모니터 등의 공간을 좀 더 보여주기 위함이었지요. 이런 앵글로 찍은 것은 제가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실제 처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격려 같았다는 느낌이 컸습니다.

 

사진이 좀 아쉽고 모자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국내외 음악 앨범이 도서관 책처럼 꽂혀있는 레코드 라이브러리에서 촬영을 제안했습니다. 앨범 진열대 사이에 선 그를 보며 빤한 사진이라는 굴레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는 듯했습니다. ‘뭔가 좀 자유로워지는이런 순간에 일하는 작은 행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수십 년 함께한 음악이라는 이미지가 스튜디오라는 공간보다 이 라이브러리에서 더 충실하게 구현되는 것 같다는 자기최면’ ‘자기합리화가 이뤄집니다. 이곳에서 촬영도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새삼 ‘62세 아저씨의 스타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의 상징 같은 콧수염과 하얀 머리칼, 청바지와 스니커즈, 물 날린 청재킷이 잘 어울렸습니다. 참 젊었습니다. 그는 제가 카메라를 내려놓고 앵글을 고민하는 동안에도, 라디오국 내를 걸어 이동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콧노래를 불렀습니다. 삶의 충만함, 즐거움, 행복이 있을 때 절로 나오는 게 콧노래 아니겠습니까.

 

오랜만에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처음으로 만난 배철수라는 사람을 앞으로 이런 기회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평생 한 번 만나는 인연이 대부분인 게 인생살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생각하면 모든 만남이 더 애틋하고 소중해지는 것 같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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