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16강 진출의 현장에서

나이스가이V 2010. 6. 25. 00:32
그라운드를 뛰는 선수들만큼은 아니겠지만 기자들도 긴장을 많이 합니다
누군가는 이런 긴장의 스릴을 즐겨야 한다고도 하지만, 저는 쉽지 않습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시야는 대단히 좁습니다
경기를 조망하는 것은 관중석이나 TV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순간적으로 골이 떠져도 누가 어떻게 넣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골을 넣은 뒤 골 뒤풀이와 선수들이 어우러져 뒤엉기는 순간을 보며 누가 넣었구나 
짐작하는 것이지요
경기장 대형 전광판으로 골 장면을 느린화면으로 다시 보여주지만 이를 여유있게 볼 수 있는 
사진기자는 없을 듯 합니다

나이지리아전도 긴장속에서 카메라를 들었지요
매 경기가 그러했지만 16강 진출 여부가 달린 이 경기는 긴장감이 더했습니다
도박사들이 한국의 승리와 16강 진출을 점쳤지만 공은 둥근 것, 해봐야지요
경기초반 첫 골을 내주었지만 이정수의 동점골을 보며 16강이구나, 했지요
대한민국 월드컵의 새역사를 쓰는 날이었습니다

사실 남아공에 온 기자들은 심경이 복잡합니다
치안도 그렇고 음식도 그렇고 한 달이나 이어지는 출장에 집 생각, 가족 생각이 간절합니다
하지만 빨리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은 곧, 16강 탈락을 바라는 것과 일맥상통 하는 것이지요
돌 맞을 일이지요?
16강 진출의 현장에서 지긋지긋한 남아공에 며칠 더 머물러야 한다는 한숨과 16강 진출의 역사적인 현장을 
기록한 나름의 자부심에 미소도 지어봅니다

'내친김에 8강 가자'는 말이 술술 흘러나오는 군요
그만하면 안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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