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수아레스의 골이 기억에 남는 이유

나이스가이V 2010. 7. 5. 15:29
대한민국 축구의 8강이 좌절되면서 축구열기도 식었네요
대표팀이 귀국하면서 저도 함께 돌아왔습니다

한 달 가까이 남아공을 다녀왔지만 '월드컵'하면 순간적으로 떠올리는 기억은 몇 몇 장면과 순간에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의 자랑스러운 골과 환호들도 눈에 선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8강을 좌절시킨 우루과이 공격수 수아레스입니다
대한민국 월드컵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골이기도 합니다

우루과이의 두번째 골이자 결승골을 넣은 수아레스가 벤치쪽 사이드라인 방향으로 뛰다가
방향을 틀더니 맹렬한 기세로 뛰어왔습니다
너무 가까이 다가와 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났지요
카메라에서 눈을 떼는 순간 놀랐습니다
이 친구가 기뻐뛰던 속도를 줄이지도 않은 채 제 바로 앞 광고판을 밟고 뒤로 나르듯 넘었습니다
동료들과 뒤엉겨 환호를 하였지요
통한의 결승골을 내 준 나라의 기자는 이를 기록하는 순간에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만
그 순간에 '이런! 내가 놀라는 모습이 찍혔겠는데...' '중계방송을 보는 지인들이 나를 알아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먼저 자리했습니다 ^^*
 
사진기자의 존재감은 역시 월드컵이라는 큰 사건의 기록이지요
기록하는 자가 기록되어진다는 것 것은 또 하나의 재미기도 하네요
8강 좌절에 안타까워해야 할 순간에 저는 슬쩍 미소를 지었지요

아래 첫 사진은 수아레스가 제 카메라 쪽으로 질주하는 모습의 마지막 컷이구요
그 아래는 수아레스 아래서 놀라서 굴욕적 표정을 짓고 있는 접니다 ㅎㅎ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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