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3

불빛빌딩과 물빛광장

열대야 사진을 찍는 명소가 있습니다. 여름에 빼먹지 않고 한 번은 찾는 곳입니다. 여의도 한강변의 '물빛광장'이지요. 폭염의 기운이 그대로 남은 광장의 물가에서 해 지기를 기다립니다. 열대‘야’이므로 밤 분위기는 나야지요. 출근 때 반바지를 챙기지 못한 걸 후회했습니다. 땀에 들러붙은 청바지에 두 대의 카메라를 어깨에 멘 제 모습은 지나며 마주치는 이들을 더 덥게 만들고 있는 것이 분명했지요. 해가 저물기까지 제법 긴 시간. ‘치맥’을 잠시 떠올렸습니다만, 근무 중이라는 이유보다 혼자 앉아 먹는 청승승이 싫어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오후8시. 조금 어둑해졌고 셔터를 누릅니다. 매시 정각에 뿜어져 나온다고 써 있는 분수를 기다렸는데 안 나오더군요. 관리직원이 휴가 갔거나, 이 더위에 뭔가 문제가 생겼으리라 ..

사진이야기 2019.08.09

폭염 스케치

날씨사진은 사진기자들이 일상적으로 찍는 사진입니다. 보통 ‘날씨스케치’라 부릅니다. ‘스케치’라 하여 다소 가볍게 들리지만 지면 내에서는 비중인 큰 사진거리입니다. 날씨는 많은 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관심사 중 하나지요. 대게 날씨스케치는 ‘덥다’ ‘춥다’처럼 몸으로 느끼는 것을 시각화하거나, ‘눈’ ‘비’ 같이 눈에 보이는 것에 적절한 의미를 담아 표현합니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폭염도 ‘아주 더운 날씨’이지만 ‘기록적’이라는 수식이 붙으며 사건과 사고의 영역입니다. 재난이지요. 폭염이라는 구체적인 사건은 ‘폭염스케치’라는 취재명으로 사진부기자의 주요 일정이 되었습니다. 보통 일간지에서 더위스케치는 늦봄이면 시작됩니다. 광화문광장 분수대나 여의도 물빛광장이 대체로 그 시작입니다. 아..

사진이야기 2018.08.06

머물러 있는 사진

몇 달 전 어느 술자리에서 좋아하는 후배 사진기자가 술기운(?)으로 제게 말했습니다. “형님 사진은 늘 그대로에요.” “이 새끼 주글래?” 웃음 띤 채 말하기에 장난처럼 받았지요. 늦은 밤 “형님, 죄송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받고, 그저 웃자고 했던 말이 아니었음을 아프게 깨달았습니다. 친하니 조금 불편하더라도 평소 느낌을 말한 것일 테지요. 며칠 전엔 한 친구가 제 사진에는 저만의 색이 있다고 하더군요. ‘너다운 사진’ ‘너니까 찍는 사진’ 같은 평가도 덧붙었습니다. 과찬이지요. ‘내 사진에 정말 그런 게 있기는 할까’ 고마웠고 한편 부끄러웠습니다. 혼란스러웠습니다. 칭찬과 돌직구가 엉켰습니다. 익숙한 시선과 몸에 새겨진 버릇이 비슷한 느낌의 사진을 반복적으로 찍어댔겠지요. 고민하는 척(그거라도 해야 할..

사진이야기 2018.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