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근무'를 했습니다. 기자들의 일상다반사이기도 하고 제게도 익숙한 '뻗치기'와는 조금 다른 것이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숨어서 뻗치기'지요. 사회부를 통해 한 대부업체가 불법대출 자료를 긴급히 폐기하려 한다는 내용의 제보가 있었지요. 서류를 차에 싣는 장면을 포착하는게 미션이었습니다. 착탈식 회사로고를 떼어내고 차는 멀찌감치 댔지요 현장에 먼저 도착한 후배는 업체의 출입문과 마주보고 있는 커피숍에 앉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카메라를 품듯이 안고 들어가 우아하게 모닝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출입문을 주시했습니다. 제보 내용이 구체적이다 보니, 모든 움직임을 의심하며 보게 되고, 괜히 비밀스럽고 긴박해 보이기도 했지요. 직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들락거리고 차량 몇 대가 오가는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