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468

사소한(?) 인연과 새해 첫 책

‘1주1책’을 다짐했습니다. 얇은 그림책을 읽더라도 한 주에 한 권은 읽어야겠다는 것이지요. 올해 첫 책으로 김승섭 교수의 (동아시아)을 읽었습니다. 베스트셀러 같은 순위는 애써 외면하는 편이지만, 지난 연말 이 책이 경향신문을 포함해 각 언론의 ‘올해의 책’ ‘올해의 작가’ 부문에 일제히 올랐지요. 좋은 평가도 한 몫을 했지만, 그보다 작가와의 ‘사소한 인연’이 즉시 책을 주문해 읽게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5월 성소수자 관련 사진기획을 할 때였습니다. 취재원인 이호림씨를 만난 곳이 고려대 보건과학과대학원이었지요. 김 교수의 직장이지요. 호림씨는 박사과정 학생이었습니다. 취재가 끝나고 “역학연구실 동료들과 기념사진을 찍어드리겠다”고 하니, 누군가 “교수님을 모셔오겠다”고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제 머릿속..

사진이야기 2018.01.07

해와 별에 대한 변명

연말이 되면 사진기자들은 소위 ‘송·신년호’ 사진을 준비하며 바쁩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한해 마지막 지면과 새해 첫 지면에 좀 더 특별한 사진을 내보이겠다는 의지입니다. 사진부의 한해 마무리와 또 새로운 시작이 이 사진으로 완성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기자들의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송년호는 지난 한 해를 상징하는 큰 사건을 중심으로, 신년호는 새해 예정된 큰 행사나 ‘띠’를 염두에 두고 그림을 그립니다. 소재는 비슷하게 수렴됩니다. 그러다보니 같은 현장에서 만나기도 하고, 섭외과정에 같이 힘을 보태기도 합니다. 비슷한 사진이 각기 다른 신문에 실리는 이유입니다. +일간지 신년호 모음 여전히 송년호에는 별이, 신년호에는 해가 배경으로든 중심으로든 들어가 있습니다. “사진에 해, 별, 차량 ..

사진이야기 2018.01.02

'2017년, 난 누굴 만났나'

2017년이 가고 있습니다. ‘올해의 뉴스’와 ‘올해의 사진’ 등 내·외신 매체들이 한해를 정리하는 뉴스를 내놓고 있지요. ‘나는 올해 무슨 사진을 찍었나?’ 싶어 개인 외장하드를 한 번 훑었습니다. 매년 12월 요맘때면 하는 연례행사지요. 올해 만났던 사람이 눈길을 붙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았습니다만 마음가는대로 즉흥적으로 골랐습니다. 1월, 경향신문은 ‘대선의 꿈’이라는 신년 기획으로 대선주자 신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단독’ 촬영했습니다. 인터뷰 장소였던 한 호텔 앞 인도에서 “5년 전 대선에서 제가 마크맨이었습니다”라고 인연을 앞세우며 “걸어오시겠습니까?” “카메라 보시면서 미소 지어주시겠습니까?”라고 했었지요. 조기대선 이후 ..

사진이야기 2017.12.21

"옛날 가수라서..."

10살 때쯤 기억인가 봅니다. 가요순위 프로그램 ‘가요톱10’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잊혀진 계절’을 TV 앞에서 따라 불렀었습니다. 매주 1위를 하던 파마머리의 가수 이용은 정말이지 '톱스타'였습니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월의 마지막 밤’이 되면 노래와 함께 가수 이용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이용 선생(이라 해야 할 것 같습니다)이 인터뷰차 회사에 왔습니다. 4년 만에 13집 앨범 ‘미안해 당신’을 냈다는군요. 회사에서 11시 인터뷰. 먼저 사진을 찍기로 했는데 제가 까먹고 있었습니다. 출장 관련 자료를 뒤지느라 그만... 제 책상 옆에서 그분이 저를 보고 있길래 깜짝 놀랐습니다. 앞자리 선배가 스튜디오로 안내하고 저는 카메라를 챙겨 뒤따라갔습니다. 이용 선생은 스튜디오 구석 분장실(이라 하기..

사진이야기 2017.12.12

남의 일이 아니라서

출장 다녀온 지 한 달이 다 돼 갑니다만 아직 ‘로힝야’ 얘기를 우려먹습니다. 지면 등을 통해 보도된 뒤, 보여주지 못한 더 많은 사진은 ‘향이네’에 사진취재기를 연재해 내보였습니다. ‘금주의 B컷’으로 또 한 장의 사진을 싣기도 했지요. 출장 한 번 갔다 와서 사진을 너무 수다스럽게 늘어놓는 것 같아 좀 민망합니다. 난민사진을 찍으며 제게 던지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나(의 카메라)는 난민들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가?’ ‘이 사진이 이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이 사진이 독자에게 어떻게 읽힐까?’등등. 연차를 먹는다는 것은 대책 없고, 답 없는 질문이 늘어간다는 것이란 생각입니다. 질문하는 것은 윤리적 고민과 회의 등을 '퉁'쳐버리는 고도의 수법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여하튼 끝도 없는 질문도..

사진이야기 2017.12.08

이별의식

새 카메라가 들어왔습니다. 이 밥벌이 도구가 도착하자, 사무실에 있던 부원들은 박스를 뜯어 카메라와 부속 장비를 꺼내 살펴보고 정리하느라 부산했지요. 앞서 쓰던 카메라는 반납돼 한쪽으로 치워지고 있었습니다. 새 장비에 자리를 내주는 것이지요. 저는 마감을 핑계로 그 부산함의 대열에 끼지 않았습니다. 또 다음날부터 사흘간 외부교육이 있어 박스를 뜯고 정리할 시간이 없었지요. 잘 됐다 싶었습니다. 원래 새 물건을 좀 묵혔다 쓰는 버릇이 있어, 최종 반납 독촉 때까지 시간을 끌었습니다. 니콘D4. 제 손에 들려 지난 5년의 시간을 새긴 카메라입니다. 제 40대 전반을 온전히 함께 했지요. 취미 아닌 밥벌이를 책임졌다는 사실에 좀 짠해 집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많은 뉴스현장에서 저의 눈이 되고, 시선을 ..

사진이야기 2017.11.26

'밑줄을 긋다보니...'

놓치고 싶지 않은 문장은 너무 많아지고 격랑의 파도 속에서 밑줄을 긋다 보면 글이 좋아 밑줄을 긋는 것인지 밑줄을 긋기 위해 글을 읽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 되기도 한다 (134p) 자기의 인생관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거나 지금껏 보고 들어 알고 있었어도 느끼지 못했던 통찰의 획이 마음속에 그어지는 순간이 있다.(135p) 사진가 허영한의 에세이 (새움)를 읽으며 제가 딱 그 지경이 되었습니다. 책은 그의 깊은 사유와 통찰이 녹은 ‘사진인문학에세이’입니다. 그는 이런 ‘말의 규정’을 싫어할 것이 분명합니다. ^^ 저와는 평소 소주 한 잔 하는 사이인지라, 그의 깊이는 진작 알고 있었지만 책으로 경험하는 것은 새삼스럽습니다. 책을 읽으며 줄을 많이 그었습니다. 동시대에 카메라를 들고 밥벌이를 하다 보니, 그..

사진이야기 2017.11.13

10년 만에 재두루미를 찍으며

재두루미를 찍기 위해 한 10년 만에 강원도 철원의 민통선 안에 들어갔다왔습니다. 10년 전에도 이곳에서 재두루미를 찍었습니다. 지나며 보이는 농로가 익숙해서 얼마 전 왔다간 듯했지요. 10년 세월이 그런 식으로 지났다 생각하니 서글퍼졌습니다. 드넓은 철원평야를 바라보니 서 있으니, 초년병시절 가창오리떼를 찍기 위해 천수만 간척지에 서 있던 저와 시간을 건너 연결됐습니다. 당시 지평선처럼 아득한 간척지에서 지구에 남은 마지막 인간처럼 홀로 서서 한 시간여를 보냈습니다. 제 삶에 다시없을 경험이었습니다. 특별한 감상에 빠졌었지요. 살짝 스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자유롭다’ ‘편안하다’는 느낌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 민망한 얘기지만, 당시 취재차량 운전하시는 형님이 거친 엔진소리를 내어 새떼를 날게 ..

사진이야기 2017.11.03

아파서 찍을 수 있었던 사진

왼쪽 어깨에 석회가 끼었답니다. 나이도 나이지만 어깨를 오래 그리고 많이 사용한 탓이겠지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찍은 사진 두 장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왼쪽 팔을 들 수 없는 지경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지금 연차가 되도록 한 번도 시도한 적 없었던 사진입니다. 좀 다른 사진을 찍었다는 생각인데, 그것이 ‘의지’보다는 ‘망가진 몸’이 시발이었다는 게 좀 민망해집니다. 5일장을 찍기 위해 지방 출장을 떠났습니다. ‘좀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어깨는 계속 아팠고,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데 의욕이 좀 꺾였습니다. 그림이 될 만한 익숙한 장면이 시선을 잡아도 마음도 그다지 동하지 않았지요. 즉시 카메라를 드는 몸에 밴 습관이 몸 상태 때문에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던 겁니다. 사진과 마감에 대한 조바심이 없진 않..

사진이야기 2017.10.14

'에덴미용실'

장돌뱅이처럼 5일장 돌았습니다. 뭘 팔았냐고요? ‘발품’입니다. ^^ 전날 함평장에 이어 전남 신안군의 지도장을 찾았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머리에 보자기를 두른 할머니들이 적잖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 할머니를 뒤따라 들어선 ‘에덴미용실’은 읍내에 있는 여러 미용실 중 한 곳입니다. 파마약과 염색약이 스며들 시간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수건을 머리에 감고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추석 앞두고 5일장 사진 찍으러 온 경향신문 기잡니다.” 어르신들이 반겨주셨고 미용실 원장님도 “우리 엄마들 잘 찍어주세요”라고 취재를 허락했습니다. 명절 앞이라 새벽 6시부터 손님이 몰려들었지요. 아마도 ‘늙고 아프다’는 얘기 중에 나온 말인 것 같습니다. 한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젊어 보이려고 (머리)하..

사진이야기 2017.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