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마지막 돌고래 쇼

나이스가이V 2012. 3. 19. 08:00
최근 불법포획 논란에 휩싸인 돌고래들이 공연의 잠정 중단을 하루 앞두고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마지막쇼를 펼쳤습니다. 공연을 중단하는 동안 전문가와 시민들의 토론회를 거쳐 돌고래 공연의 존폐여부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정말 '마지막' 일수도 있고, 재개될 수도 있는 상황이지요.

카메라를 쥐고 신문사에서 일한 이후로 서너 차례는 본 공연이지만,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쇼라 생각하니, 조금더 집중해 보게 되더군요.
사실 데스크는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에서의 모습, 즉 조련사와 돌고래의 '마지막 인사' 정도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지요. 머릿속 생각대로 되는 일은 잘 없습니다.
"무대 뒤의 모습을 보게 해 달라" 부탁에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단호한 "NO"  

그렇게 마지막 공연은 시작 됐습니다.
날렵한 물개들이 공연의 장을 열며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조련사들이 "돌고래를 봤다", 아니 "거짓말이다" 옥신각신하며 본격적인 돌고래들의 쇼가 펼쳐졌습니다.  


조련사의 손짓과 신호에 돌고래들은 육중한 몸을 가벼이 움직였습니다.
그때마다 돌고래들에게 상처럼 먹을 것이 주어졌습니다. 
공연 중간중간 조련사들은 돌고래를 쓰다듬으며 격려했지요.
녀석들 아래턱 주위를 만져주자 입을 헤~ 벌리고 웃었습니다.



이날 공연을 끝으로 야생방사 적응훈련에 들어가는 13살 돌고래 '제돌이'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래 사진 맨 왼쪽에 있는 녀석입니다.
다 똑같이 생겼습니다. 사실 구별은 조련사만 가능한 일이지요.
"제돌이가 가운데 애 맞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해서 그런줄 알았습니다. 
어설픈 육안으로는 구분이 불가능했지요. 


조련사들과 돌고래들은 오랜 호흡과 훈련으로 자연스레 공연을 이어 갔습니다.
손을 잡고 물속에서 빙글빙글 원으로 그리기도 했고, 조련사를 등에 태운 채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기도 했지요. 공연을 보며 동물학대라는 말까지 나오는 모양이지만, 어쨌든 돌고래를 만지고 쓰다듬는 조련사들의 손길에는 '사랑'이 묻어 있는듯 보였습니다.



쇼의 절정에 돌고래들이 공중 곡예를 펼쳤습니다.  
관람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공연이 끝나자 관람석에 있던 몇몇 아이들이 손팻말을 들고 서둘러 난간 앞으로 나왔습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지키는 모임인 '핫핑크 돌핀스' 소속의 어린이들이 "제돌아 축하해"를 반복해 외쳤습니다.


봄 기운이 완연했던 이날, 서울대공원을 찾은 이들은 돌고래 공연장을 매회 매진 시켰지요.


쇼가 끝나고, 공연을 진행했던 조련사는 관람객들이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 무대 가운데에 한참 서 있었습니다. 텅빈 공연장에 선 조련사의 표정에는 서운함이 가득 했습니다. 공연할 때의 조금은 과장된 밝은 모습과는 너무 달라 안타까웠지요.  


'불법포획이니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말도 일리가 있고 '관람객들이 좋아하니 공연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존중될 만 합니다. 전문가와 시민들의 토론회를 지켜봐야겠습니다.  

'제돌이'는 곧 방사의 수순을 밟는답니다. 그간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줬던 이 돌고래에게 고마움을 표해야겠습니다. 조련사에게는 하나의 가족을 잃는 슬픔이겠지만.

yoonjo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