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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8.05.16 '고마워요, 샤킬씨'
  2. 2017.06.16 여수 밤바다에서
  3. 2016.06.22 몰랐던 부산 (2)
  4. 2016.02.03 내 것으로 오는 풍광 (4)
  5. 2015.02.04 여행사진 그리고 발품 (2)
  6. 2014.02.14 내 맘대로 안 되는 여행사진 (2)

한인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편하고 안전한 차량렌트를 권했습니다. 10여 년 전 이곳 방글라데시에 와서 처음 오토릭샤(CNG)를 타던 날 사고가 나 그 이후 절대로 타지 않는다면서 말이지요. 오후에 잡혀있는 인터뷰를 앞두고 아침밥을 먹고 숙소를 나선 일행은 그냥 오토릭샤를 탔습니다. 여행지로는 좀처럼 추천되지 않는 다카라는 도시를 경험하기엔 가장 적절한 교통수단이었지요. 조그만 불편과 위험은 감수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인터뷰 약속 장소인 다카국립대로 향했습니다. 서둘러 출발한 건 인근에 있는 방글라데시국립박물관 관람을 위해서였죠. 외국인이라 5배를 더 내고 들어가 신속하게 둘러봤습니다. 거리의 사람과 차량의 밀도가 공간을 인식하는 기준인 듯 전시물들이 빼곡하게 전시돼 있었지요. 식물부터 현대미술까지 모든 것이 망라돼 있었지요. 시인 타고르가 방글라데시인이라는 것에 놀랐고, 한국관이 따로 있는 게 신기했고, 세계적인 화가의 명작이 좀 어설프게 프린트된 채 걸려 있는 것이 의아했지요.

 

한 끼 때우려 다카대학 야외 카페테리아로 갔습니다. 햄버거세트를 먹기로 결정한 순간 돈을 달라는 아이가 달라붙었습니다. 경계심이 발동하고 그 집요함에 짜증이 났지요. 햄버거를 포기한 채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불과 몇 시간 뒤 눈치를 챈 건, 여기 사람들은 돈을 달라는 이들에게 생각보다 쉽게 돈을 쥐어준다는 것이었지요. 구걸이 당당하고 주는 것도 인색하지 않아보였습니다. ‘다수가 가난한 나라에서 나름 나눔의 방식일까?’ 싶었지요.

 

결국 다카대 구내식당에 들어섰습니다. 20타카(260원쯤)의 저렴한 점심식사 메뉴는 오직 하나. 노란 밥에 작은 닭조각 하나가 허무하게 빠진 묽은 카레. “익스큐즈미, 두유헤브 포크 올 스푼?” 주방 사람들에게 참 낯선 질문이었습니다. 일단 학생들을 따라 손을 씻고, 잠시 머뭇거리다 카레를 밥 위에 흩뿌리고 손가락으로 밥을 이리저리 비벼 모았습니다. 따로 노는 밥풀을 힘주어 붙들고 입으로 집어넣었습니다. 절반은 흘리고 입 주위에 밥풀을 붙여가며 먹었습니다. 우릴 둘러싼 대학생들의 뭇 시선을 느꼈습니다. 큰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던 겁니다.

 

 

오후 2시 인터뷰 대상인 샤킬씨를 만났습니다. 그는 기획 취재 출장지인 이곳 방글라데시에서 취재팀의 통역을 맡았던 분입니다. (경향신문이 곧 멋진 기획을 선보입니다!!) 16년간 한국에서 노동자로, 이주노조 활동가로 살았습니다. 방글라데시로 돌아온 지는 10년이 되었답니다. 사실 출장의 공식일정은 마무리됐지만 아쉬움이 크게 남았던 취재기자가 전날 인터뷰(경향신문 55일자 보도)를 요청했던 것이지요.

 

인근 공원에서 샤킬씨의 인터뷰가 진행됐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독재반대 운동을 했고, 20대에 한국에 가서 노동자로 살다가 이주노조 운동에 뛰어들었지요. 2008MB정권 때 활동가에 대한 표적단속으로 다카로 돌아왔을 때 그의 나이 40대 중반. 청춘을 한국에서 보냈습니다. '그와 내가 활동가와 사진기자로 어느 현장에서 마주치지 않았을까.' 왠지 한 번은 마주쳤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의 얘기에 어렴풋이 제 기억이 포개지는 부분이 있었지요. 이 글을 쓰다말고 회사 사진DB를 뒤졌습니다. 한 장의 사진을 찾았습니다. 그와 저의 인연은 2007년 한국에서 시작되었지요. 

 

 

인터뷰 사진을 찍기 위해 다카적인거리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이동할 때 샤킬 선생이 말했습니다. “이렇게 털어 놓으니 정말 속이 시원합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도 가슴에 쌓아둔 말들이 많았습니다. 그 말에 미안했고, 조금 짠했습니다. ‘참 다행이다. 인터뷰를 할 수 있어서.’ 그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습니다. 샤킬씨는 다음날 자신의 집으로 우릴 초대했습니다.

 

 

 

듣던 것보다 안전하고 차보다 매력적인 오토릭샤를 올라타고 샤킬씨의 집이 있는 남다카 주레인으로 갔지요. 낡은 상가건물 앞에서 그를 기다렸습니다. 얼굴이 좀 더 하얗다는 이유(그것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로 일행은 벵갈인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인구밀도가 높다는 것을 개념이 아니라 감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밀려서 오고가는 사람들과 꼬리를 문 각종 차량이 얽히고설켰고, 정지한 듯 거리를 메웠습니다. 진창길과 곳곳에 파인 물구덩이, 그 안에 떠다니는 쓰레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샤킬 선생이 남다카에서 진짜 방글라데시를 볼 수 있다고 한 것이 이런 거구나 했지요.

 

 

 

샤킬씨를 만나 다시 동네 CNG’ 올라탔습니다. 골목길을 한참 달렸습니다. 골목 곳곳에 물이 넘쳤습니다. 오토릭샤 바퀴 절반이 물에 잠긴 채 비릿한 냄새의 하수를 튕겼습니다. 어느 골목 끝에 초록과 노랑, 주황으로 채색된 그의 집은 골목 하수에 무거워졌던 이방인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주었습니다.

 

샤킬씨의 아내 시에다가 차려준 점심상은 정성이 가득했고 입맛에 잘 맞았습니다. 그의 집 1층에는 이웃의 릭샤 운전사, 가사도우미 등 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공부방 수업이 한창이었지요. 그가 운영하는 기쁨공부방입니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안녕하세요하고 반겨주었습니다. 옆에서 그가 뿌듯하고 넉넉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샤킬 선생은 인터뷰에서 다시 26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한국에 가지 않을 거라 했습니다. 고단했던 삶과 상처를 짐작했습니다. 40대 중반에 고국에 돌아와 뒤늦게 이룬 가정과 그로 인한 행복이 지난날을 더 아쉽게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샤킬씨는 출국을 위해 북다카로 돌아가는 일행의 오토릭샤를 잡아주고 흥정까지 대신해 주었습니다. 릭샤가 멀어질 때까지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정말 보고 싶어요." 그의 인터뷰 마지막 말은 함께 활동했고 또 도움을 주었던 한국인 동지들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었지요. 옛 동료들과 가끔 찾았다던 "해운대에 다시 가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찍혀비자발급이 안 될 거라 했습니다

 

샤킬씨가 아내 시에다, 딸 이디다의 손을 잡고 해운대 백사장을 밟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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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여행(트래블) 출장지 여수를 돌아다니며 그룹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를 수없이 흥얼거렸습니다. 그렇게 들어도 이어지는 가사가 떠오르지 않아 ~수 밤바다~~” 딱 고까지만 반복했지요. 더위에 지쳐 몸이 무거운데도 머릿속에서 반복 재생되는 리듬과 가사. 대중가요의 힘이지요. 잠깐 잊었다 싶으면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를 다시 듣게 됩니다. 환청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노래 탓인지 여수는 밤바다를 피할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가고 또 사진 찍었을 밤바다. 다르게 찍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바다와 구도심의 야경을 찍을 요량으로 구봉산에 올랐습니다. 해가 지고 깜깜해지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지요. 어두워져가는 여수 앞바다를 보며 셔터를 수시로 눌렀습니다. 어둠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두움에도 종류가 참 여러가지다, 하는 생각이 들지요. 가장 적절한 분위기의 야경 사진을 얻기 위해 각각의 어둠마다 셔터를 눌러놔야 했습니다.

 

 

한 컷 찍을 때마다 카메라 모니터를 확인했습니다. 노출이 부족해 까맣게 찍힌 한 장의 사진이 말을 겁니다. ‘내가 밤바다야.’ 문득 밤의 바다라는 것은 그저 어두운 것이 실체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빛이 있다면 수면 위로 드리워지는 달빛 정도겠지요.

 

+아래 사진을 잘 보시면 밤바다가 보입니다 ^^

 

'그렇다면 지금 찍고 있는 야경 사진은 바다를 둘러싼 각종 인공의 빛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낭만의 밤바다가 실은 섬과 다리에 설치된 조명이 쏟아내는 알록달록한 빛이 반사돼 일렁이는 그런 바다였을까' '갑자기 밤바다가 보고 싶어질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화려한 조명의 바다였을까'

 

 

여하튼 잘못 찍은 사진 한 장이 깜깜해야 밤바다지하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피곤한데 사진 찍는 시간은 길어지니 별 생각을 다하게 되더군요. ^^

밤바다를 좋아합니다. 파도치는 밤바다에 멍 때릴 때 큰 위로를 받습니다.

 

여수 밤바다를 일로 바라보고 있으니 괜히 심술이 났나 봅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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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여행 출장지 부산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어릴 적 살았던 곳이지만 부산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간 살면서 부산이 그립다 느낄 때는 해운대, 광안리 같은 바다가 그립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부산에는 바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부산에는 산이 많습니다. 부산의 어원도 산과 관련돼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교가에도 금정산, 쇠미산 등 산 이름이 들어갔었지요.

 

이번 여행의 테마는 '산복도로'였습니다. 산복도로는 산 중턱을 지나는 도로지요. 부산 전역에 이런 도로가 30km나 되는 것은 산이 주민들 생활의 중요한 터전이었기 때문이지요. 산복도로와 주변 마을은 바다만큼이나 부산의 참 모습입니다. 세월이 새겨진 동네에 이야기가 흐르기 마련이지요. 이야기를 입은 부산의 산복도로를 찾는 여행객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산복도로로 오르는 초량 이바구길의 ‘168계단은 유명하지요. 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졌습니다. 아득해 보이는 급경사의 계단이지요. 계단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래로 부산역과 그 뒤로 바다가 보입니다. 개항기 이후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등을 지나면서 산 중턱에 정착한 주민들은 부두로 들어오는 배가 보이면 지게를 지고 이 계단을 뛰어 내려갔답니다. 먼저 가야 일거리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계단이 가파른 만큼 항구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이었습니다. 넉넉하지 않았던 산복도로 마을 사람들의 삶의 애환이 스민 계단이지요. 눈으로 보면 그저 가파른 계단이지만 가슴으로 느끼면 계단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됩니다.  

 

해가 기울고 밤이 찾아드는 시간, 산복도로에서 저 멀리 산을 돌아 이어지고 있는 산복도로와 마을을 가만히 바라보다 과거의 시간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산 사이에서 하나씩 하나씩 불을 밝히는 집들이 여기 나의 얘기가 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불을 밝히며 또렷한 삶이 드러나자 산은 자리를 내주며 어둠에 묻혀갔지요. 그런 느낌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실 신문의 여행면 사진은 낭만적으로 보일 때가 많습니다. 글도 그렇습니다. 여행 기사를 보고 여행을 하고 싶어야 하니까요. 산복도로변 마을의 야경사진을 보며 다소 낭만적으로 보이는 사진과 그 안의 낭만적이지 않은 삶을 동시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편 여행객이 부산의 다른 모습을 본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산복도로 주민의 삶의 불편 또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지요. 하나 아쉬운 건, 지자체 고민의 산물이겠지만 최근 168계단 옆에 생긴 모노레일이 계단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 같았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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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사진으로 밥을 버는 자에게 사진 찍기가 휴식일 리 없습니다. 멋진 풍광을 앞에 두고 이것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를 고민해야하는 것은 고통입니다. 강원도 양양으로 12일 트래블(여행)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서울 시내와 국회를 오가며 반복하던 일상에서 잠깐 벗어나는 것이 나쁘진 않습니다.

 

제게 주어진 미션, 즉 여행면의 메인사진은 낙산사 홍련암이었습니다.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낙산사의 여러 모습을 담았을 겁니다. 참고삼아 낙산사와 홍련암의 이미지를 검색해 보려다가 말았습니다. 잘 찍어 놓은 사진을 보면 그 사진에 연연하게 될 것 같았지요. 무엇보다 발품 팔아 딱 이 포인트를 찾는 즐거움을 앗아가 버립니다.

 

겨울바다의 칼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시린 발로 그 포인트를 찾아 섰습니다. 의상대(정자) 안에서 한 지점, 의상대 계단 아래 벤치에 한 지점, 두 곳에서 홍련암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해질녘과 동틀녘 트라이포드를 이용해 긴 노출을 주어 촬영했습니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조금 더 신비한 느낌이 기록됐습니다



 

 

제 아무리 멋진 풍광도 일이면 고생입니다. 사진이 지면에 크게 들어가니 부담스럽기도 하지요. 하지만 찍은 뒤 만족할 만한 사진을 얻는다면 그 맛이 괜찮습니다. 지면에 사진이 나간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에야 문득 사진을 찍던 순간과 그 결과물이 주는 편안함을 느낍니다. 찍을 땐 잘 모르는 것이지요. 오랜 시간 공들여 본 풍광이 뒤늦게 오롯이 제 것으로 와 닿는 느낌, 이런 순간이 좋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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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데스크는 콧바람이나 쐬고 오라12일 트래블(여행) 출장 지시를 내립니다. 사진이 지면 절반을 차지하는 지면 특성상 콧바람의 여유나 설렘은 사실 없습니다. 오히려 약간의 부담을 갖고 떠나게 되더군요. 보통 여행지의 날씨에 민감합니다. 대체로 맑은 날이면 해가 뜨고 지는 주변의 시간 때에 빛의 변화나 빛의 색감으로 좋은 사진을 찍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뭐 데이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식처럼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가능성이 좀 높다는 것이지 좋은 날씨가 곧 좋은 사진을 담보하진 않지요. 완성도가 떨어지는 사진을 안 받쳐준 날씨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습니다. 여행사진에서 날씨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발품입니다. 사진의 완성도에 발품은 상당한 기여를 합니다. 여기서 발품이라 함은 그저 열심히 돌아다니는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발품에는 사진을 찍을 때 고려하는 수많은 조건과 요소들의 이런저런 조합을 고민하고 또 최적의 조합을 찾는 노력이 포함됩니다.

 

여행전문기자인 선배와 트래블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전북 익산 일대의 천주교 성지 등을 돌았습니다. 그중 120년쯤 된 아름다운 나바위성당을 메인으로 정했습니다. 이날 날씨는 흐렸습니다. 해질녘의 빛에 기대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해가 떨어지는 방향도 성당과 잘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잔뜩 흐린 날이지만 하얀 눈이라도 내리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겠지만 유난히 따뜻했던 이날엔 잠깐씩 비가 내렸지요. 날씨를 포기를 하면 예의 그 발품밖에는 답이 없습니다. 성당 주위를 돌고 또 돌며 카메라를 이리저리 부지런히 대보았습니다. 한참 뒤 발품의 결과로 사진 찍을 포인트를 발견했습니다.

 

보물 상자가 묻힌 지점을 표시한 ‘X같은 지점이었습니다. 반 발짝의 여유도 허용하지 않는 그런 포인트였습니다. 석양은 진작 포기했고 밤을 기다려 야경을 찍는다면 반드시 이 자리여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성당이 가장 잘 표현될 지점이었지요. 날씨나 계절의 변화가 바로 지금 당장 일어나지 않는 한 이 자리가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가장 좋은 사진이 찍힐 확률이 높은 자리라 판단했습니다. 발품이 보답을 해올 때 쾌감이 있습니다.

 

트라이포드를 받치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시간부터 장시간 노출을 주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때마침 저녁 미사를 시작한 성당 창을 통해 불빛이 새어 나왔습니다. 셔터 릴리즈를 누른 채 속으로 열, 열다섯, 스물 등을 반복해 세어가며 하늘이 완전히 까매질 때까지 찍었습니다.



사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색감도 기대했던 것보다 좋았습니다. 이제껏 찍힌 나바위성당 최고의 사진은 아니겠지만 이날 주어진 조건에선 저로서는 최선이었고 또 만족한 사진이었습니다. 밤에 잠을 편하게 잘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때로 마음 편하게 해주는 트래블 사진은 사진기자의 마음이 편하지 않은 상태에서 생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향신문의 트래블 지면이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예전 경향신문 매거진 X’라는 섹션지면에 실렸던 트래블 사진을 보고 여행지를 찾은 다수의 독자들이 사진 속 그런 장소는 없더라고 했다는 '발품의 전설'을 알고 있습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제 사진보고 여행가고 싶다는 마음만 들게 할 수 있다면 더한 바람은 없을 겁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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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여행 지면을 위한 출장을 오랜만에 떠났습니다. 부담을 안고 갑니다. 지면에 크게 들어가는 사진은 여전히 부담입니다. 지금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매거진X’의 간판이기도 했던 여행면에 대한 기억도 한 몫 합니다. 당시 전면으로 썼던 사진은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했었지요나는 언제 선배들처럼 저런 사진을 찍어보나하고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행지는 곰탕으로 유명한 전남 나주입니다. 볼거리가 아닌 먹거리로 지역을 설명하는 게 수월한 그런 세상이지요.^^ 옹관이 매장된 거대한 고분군과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입니다. 고분을 잘 찍어보려 마음먹었습니다. 출장 가는 제게 "낮에 찍는 고분은 그림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밤 사진을 찍어보라"는 정모 선배. "매거진X에서 사진에 눈을 떴다"는 이 분의 조언을 깊이 새겼습니다. 고대 고분과 그 위로 쏟아지는 별들의 궤적. 상상만으로 신비감이 느껴지는 사진, 흐뭇했지요. 여행사진은 상당 부분 날씨에 기댑니다. 불행하게도 지역 일기예보는 출장기간 내내 흐림이었지요. 그럼에도 내가 카메라를 든 바로 그 시간에는 기적같이 맑아지길···’바랐습니다.

 

나주시 반남면에 있는 고분군 앞에서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릴때까지 기다렸습니다만 구름이 걷히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난감하고 막막했습니다. 해질 녘 노을이라도 붉게 드리웠으면 했지만 희뿌연 기운은 물러가지 않았습니다. 결국 '별 볼일 없는 밤'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을 기약하며 구름 대신 제가 물러섰습니다. 숙소에 도착한 늦은 밤부터 눈이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날 동틀 녘 고분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별과 여명의 붉은 기운에 다시 집착하며 눈이 그쳐주길 순진하게 또 고집스럽게 바랐습니다. 날은 밝아오는데 눈발은 이어졌고 뿌연 안개는 고분과 하늘의 경계를 지웠습니다. 기대한 그림은 물건너 갔습니다. 똘똘한 한 장의 사진이 없을 땐 두어 장을 붙여 쓰는 차선책을 택합니다나주곰탕으로 아침을 먹으며 동행한 여행담당 소뎅기자와 의논해 전날 찍어 놓은 저물녘의 고분 사진과 밤에 찍은 나주 목사내아(지방을 관장하던 목사의 살림집) 야경사진 두 장을 붙여 쓰기로 했습니다.

 

 

 

아쉬웠지만 더이상 방법이 없다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식사 후 고분군 앞에 있는 국립나주박물관 투어를 했습니다. 두 시간쯤 전시장을 돌아본 뒤 건물 밖으로 나왔더니, 그새 날은 개었고 세상은 온통 하얀 눈으로 덮였습니다. 하늘과 고분의 경계가 또렷했고 생각지 못한 순백의 멋진 풍광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소뎅기자의 눈썰미로 썩 괜찮은 앵글을 잡았습니다. 들떠서 사진을 마구 찍어댔습니다. 결국 이 사진이 지면에 게재 되었지요. 

 

 

자연은 처음부터 제가 보려했던 것은 전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내리는 눈은 사진에 방해가 될 뿐이라고 생각하며 조바심을 쳤었지요. 하지만 결국 쌓인 눈은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세상사가 그러하지만 인간은 자연 앞에서 얼마나 나약합니까. 여행사진은 자연 앞에서 카메라를 든 자를 작아지게 또 겸손하게 합니다.

 

경직된 생각에 꽂혀 허둥대는 것이 나이 듦의 증거가 아니기를......! ^^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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