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59

'사진도, 정치도 생물'

새정치민주연합 당내 ‘문(재인)·안(철수)’ 갈등이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안 전 대표가 문 대표가 거부한 혁신 전당대회를 재차 요구한 뒤 장고를 위한 칩거에 들어갔습니다. 문 대표를 향한 최후통첩이며 탈당 수순이란 말도 나옵니다. 며칠 전 같은 당 이종걸 원대대표는 아침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감동적인 사진을 기억한다. 후보였던 안 전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후보에게 목도리를 걸어주었다. 오늘 날이 찼다. 당은 더 냉랭하다. 문 대표가 두꺼운 외투를 안 전 대표에게 입혀주어야 한다. 분열을 통합으로 만들 책임이 두 분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이 원내대표가 언급한 ‘감동적 사진’이 무엇인지 단박에 떠올랐습니다.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저는 안철수 후보를 전담해 사진 취재를 하다 안 후보가 ..

국회풍경 2015.12.08

장맛비와 동심

장맛비가 내렸습니다. 일부 지역엔 제법 큰 비가 내렸지만 서울에는 고만고만하게 내렸습니다. 블로그에서 두어 번 썼는데 비에도 성격과 각기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 내리는 이 비는 어떤 비일까?’가 비 스케치의 미션을 받은 자의 첫 질문이어야 합니다. 비는 애매했습니다. 장마기간에도 변변한 비가 내리지 않아서 인지 가물었던 대지에 내리는 비는 반길 만 한 것이지요. 호우특보가 내린 일부 지역은 마냥 반가울 순 없겠지요. 게다가 태풍까지 북상한다고 하니 비의 색깔을 판단하기 애매했습니다. 강이 불어 위험하다느니 축대가 무너졌다느니 하는 돌발 현장이 없어 일단 비를 사건·사고가 아닌 서정적 시선으로 기록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차창에 맺힌 빗방울을 걸고 행인을 찍어봅니다. 이렇게 찍어서 참 근사하게 표현..

사진이야기 2015.07.25

정치드라마

한편의 정치드라마를 본 것 같습니다. 드라마적인 요소가 많은 곳이 국회지요. 국회 출입 사진기자인지라 매일 펼쳐지는 드라마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무엇인지를 포착하려 애썼습니다. 메르스의 위기가 절정에 이를 무렵 해외출장을 갔다가 10여일 지나 돌아온 6월 26일, 신문 1면은 메르스가 아니라 “배신의 정치, 심판해야...”라는 제목에다가 굳은 표정으로 발언하는 박 대통령의 사진이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은 그렇게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한 것이지요. ‘배신자’로 낙인찍힌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다음날 대통령에 “진심으로 죄송하다. 마음 푸시고 마음 열어주시길 기대한다”며 몸을 바짝 낮췄습니다. 메르스로 수세에 몰린 박 대통령이 정치적 공세로 국면을 전환시킨 것도 극적이며 대통령에게 사과하며 고개를 ..

국회풍경 2015.07.10

배철수 아저씨

MBC FM DJ 배철수라는 인물. 제게는 추억 속의 인물입니다. 송골매 멤버로 한창 활동할 때 저는 꼬마였지만 ‘가요톱10’ 등에 나오는 당시 노래를 곧 잘 따라 불렀습니다. 세월이 훌쩍 지나 사진기자가 된 뒤 언젠가 막연히 ‘배철수 아저씨’를 찍을 날이 있겠지, 했습니다. 꼬마가 나이 마흔이 넘어 그 ‘아저씨’를 만납니다.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그의 주말기획 인터뷰 사진을 찍었습니다. 제 추억이나 옛 기억의 어느 지점에 있던 인물을 만나면 사진에 조금 더 신경이 쓰입니다. “어릴 때 노래 많이 따라 불렀습니다.” 사진을 찍기 전에 ‘아저씨와 나’ 사이에 어떤 교감이 있음을 넌지시 던졌습니다. “나이가 그렇게 보이진 않는데요”라는 의례적 인사 같은 답이 돌아옵니다. “점점 더 멋있어 지시는 것..

사진이야기 2015.06.16

'틈새사진'을 허(許)하라

며칠 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매너 우산’ 사진이 화제였지요. 헬기에서 내려 우산을 받쳐 든 오바마가 백악관 참모들이 내리기를 기다렸다가 함께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오바마가 즉흥적으로 연출했을 가능성이 있지요. 그럼에도 훈훈한 사진입니다. 사진=REUTERS 대통령이 어디에나 카메라가 있다고 인식한다는 것은 언제든 의도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 찍힐 수 있지만 같은 이유로 의도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 또한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바마는 눈앞의 상황을 자신에 유리하게 적용시킬 줄 아는 훈련된 사람이며 언론을 충분히 이해하고 또 이용하는 사람임이 틀림없습니다. 사진에 곁들인 기사를 보면 2년 전 해병대원에게 우산을 씌워 달라 부탁했다가 보..

사진이야기 2015.05.26

나 홀로 출사 '백사마을'

서울 중계동 백사마을은 서울에서 알려진 출사지입니다. 산104번지여서 백사마을이라고 불리는 달동네지요.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이 마을을 가끔 찾습니다. 6,70년대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골목골목을 누비며 두어 시간 머물다 집으로 돌아오면 왠지 먼 여행을 다녀온 듯 나른한 기분에 젖기도 합니다. 10년 전 인근에 이사와 이 마을을 소재로 사진다큐를 지면에 싣기도 했습니다. ‘가난에 찌든 동네, 골목골목 꿈이 익는다’라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매년 달동네의 사계절을 기록해 언젠가 사라질 마을에 대한 작업을 해보자 다짐을 했었습니다. 집이 가까운 것은 제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작업환경이었음에도 같은 이유로 자라난 게으름 때문에 시간만 흘러 보냈습니다. 저의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습니다. 미련인지 취재용..

사진이야기 2015.05.19

사진에 담은 봄바람

봄이면 먼저 떠올리는 것은 대게 꽃입니다. 사진기자들은 날씨가 풀리면 꽃을 찾으러 다닙니다. 신문사진의 계절 스케치는 실제 계절보다 조금 앞서가는 경향이 있기에 급한 기자들은 서울시내 화단 장식을 위해 하우스에서 재배되는 꽃을 찍어 서둘러 봄소식을 전하기도 합니다. 전남 광양의 매화, 구례의 산수유, 서울 여의도 윤중로(마이웨이^^)의 벚꽃, 응봉산 개나리, 그리고 목련과 진달래 등이 대체로 매년 지면에 등장하지요. 새로운 장소를 찾거나 빤한 장소에서 새로운 앵글을 구사하는 식으로 반복됩니다. 해 아래 새것이 없다지만 아마도 독자들보다 기자들이 이런 반복에 더 지겨울 겁니다. ‘청보리’는 좀 참신한 듯해도 매년 보는 꽃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소재입니다. 입사 후 처음으로 고창 청보리밭을 찾았습..

사진이야기 2015.05.04

사진기자 배정현을 추모하며

작년 이맘때 연합뉴스 배정현 기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얀 이를 드러낸 채 해맑게 웃는 모습이 참 멋진 후배입니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를 취재하며 진도 팽목항에서 그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소식을 전하는 타사 후배의 상기된 표정이 기억납니다. 세월호라는 구체적인 사고도 비현실적으로 인식되는 공간에서 후배의 갑작스런 죽음이 현실적일 수 없었습니다. 소식을 듣기 전과 후는 불과 몇 초라는 시간의 간격이지만 상당한 혼란을 갖게 했습니다. 현장을 함께 뛰던 동료의 죽음은 부정된 채로 허탈감만 짙게 드리웠습니다. 세월호에 놀라고 사고현장의 긴장으로 후배의 죽음을 온전히 슬퍼하지 못한 것이 미안했습니다. 그가 떠난 지 1주기. 지난 주 갤러리 류가헌에서 추모전시회 ‘짧은 여행의 기록’이 열렸습니다. 전시된 ..

사진이야기 2015.04.30

드론이 들어왔다

대형 집회가 있을 땐 어느 건물에 올라가 찍을까를 먼저 고민합니다. 한 장의 사진으로 그 규모와 분위기를 보여주기 위해서지요. 하지만 정작 서울시내에는 올라가 찍을 곳이 드뭅니다. 찍기 적당한 건물을 발견해 들어서면 안내데스크에서 대부분 거절당합니다. 아래에서 다양한 사진을 찍어도 전체를 조망하는 사진이 없으면 뭔가 찝찝함을 느끼는 것은 카메라를 쥔 자들이 공유하는 심정일 겁니다. 반대로 높은 데서 내려찍은 그림이 있으면 좀 든든해져서 아래에서 찍는 일이 좀 수월해 진다고 느낍니다. 아스팔트(사진기자들이 일하는 현장, 특히 거리를 뜻하는 은어)를 뛰다보면 앵글의 높이에 한계가 있습니다. 보통 가장 낮은 시선인 엎드려 찍기부터 휴대용 3단 사다리를 좀처럼 넘기 힘듭니다. 더 높이 오를 곳이 없어 아쉬운 때..

사진이야기 2015.04.21

우는 남자

수영선수 박태환, 가수 태진아, 이완구 총리. 직업도 나이도 다른 이 세 사람을 하나로 엮는 이미지는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눈물입니다. 최근 세 남자 모두 기자회견이나 취재진 앞에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비슷한 기간 눈물을 보인 여성의 이미지는 딱히 떠오르지 않아 그런지 ‘우는 남자들’의 모습은 더 도드라져 보입니다. 왜 울까요. 잘못에 대한 후회와 반성, 대대적인 보도와 의혹제기 등에 대한 억울함,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눈물샘을 자극했겠지요. 여기에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수단의 눈물이라는 의심도 보태집니다. 대중 앞에서 보인 눈물이 위기의 정면 돌파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 들어가 있는 듯합니다. 대게 인지도 있는 인물의 눈물 사진은 웹과 지면을 도배합니다. 글로 추측되고 증폭되는 ..

사진이야기 2015.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