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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8.07.13 어쨌거나 "하쿠나마타타~"
  2. 2018.04.20 '길 위에서'
  3. 2015.08.24 Color of Africa (6)
  4. 2015.08.19 '잠보~ 케냐' (2)
  5. 2015.07.07 걷는 아프리카인
  6. 2015.06.28 하늘에서 본 아프리카

조금 열린 차창으로 케냐 초원의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 이게 초원의 냄새겠지. 바람을 한껏 들이마셨다. 멀리 초원 끝에 걸린 구름과 그 사이에 내민 저물녘의 태양, 붉어지는 하늘색에 압도되었다. “참 좋다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종일 예상치 못했던 일로 가슴을 졸였던 첫 일정이 저 아름다운 석양과 함께 마무리 되고 있다는 것에 나름 안도했다. 그때 운전하던 사이먼이 오른쪽을 가리켰다. 초원의 웃자란 나무사이로 야생 얼룩말 무리가 지나고 있었다. “우와~” 환호했다. ‘이건 아프리카의 축복이야.’

 

  +해질녘 케냐 초원

 

시야를 가리지 않는 초원 위로 펼쳐진 하늘은 가늠할 수 없이 넓었다. 어디쯤인지 저 먼 곳의 하늘은 맑았고 일행이 달리던 거친 길 위의 하늘은 구름이 짙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주위가 서둘러 어두워져갔다. 전날에 이어 다시 비를 머금은 진흙탕 길은 얼음판처럼 미끄러웠다. 핸들을 움직이는 사이먼의 손이 분주하고 불안했다. 길 앞쪽에 비스듬하게 길을 막은 채 멈춘 버스가 헛바퀴를 돌리고 있었고 몇몇 마사이 승객들이 버스를 밀었다.

 

해가 졌고 갈 길은 멀었다. 사이먼은 가로막은 버스와 길 옆 깊은 도랑 사이 공간을 통과하려차를 몰았다. 아슬아슬 지나던 차는 미끄러지며 버스와 척 달라붙었다. 두 차량을 떼어놓으려 사이먼이 엑셀을 밟았고 마사이 남성 서너 명이 차를 밀어냈다. 왼쪽 앞바퀴가 급기야 깊은 진창에 빠지고 말았다. 장정들 여럿이 달라붙어 차를 밀었지만, 흙탕물만 잔뜩 뒤집어썼다. 주위는 깜깜했고 빗발은 굵어졌다. 난감했다.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우리는 조난을 당한 것이다.

 

                  +조난 지점

 

   +이날 세번째 빠진 차량

 

저물녘 하늘이 유난히 좋더니만아프리카의 축복 운운하며 까불었더니

 

헛바퀴를 돌리던 버스는 언제 그랬냐는 듯 승객을 태운 뒤 유유히 떠났다. 안내와 통역을 하던 마사이 여성 셀리나가 “(버스 탔던) 마사이가 집에 가서 사고소식을 전하고 도울 방법을 찾을 것이라 했다. ‘버스는 이 험한 길을 따라 언제 도착할 것이며, 그들이 제대로 연락을 취해 우리를 구할 것인가.’ ‘연락을 취하면 또 얼마나 걸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막막했다. 불신과 불안이 가득 차올랐다.

 

비에 젖은 몸은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졌다. ‘이 밤을 여기서 꼬박 셀 수도 있겠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했다. 무엇보다 다음날 일정이 어그러질 거라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셀리나는 친구가 가까운 마을의 트랙터 가이를 불렀다고 했다. ‘부를 것이라는 건 지, ‘불렀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알아듣지 못해 시간을 두고 몇 번을 확인했다. 그저 트랙터 가이가 올 것이라는 말에 희망을 걸 수밖에. “가까운 마을이라고 했지만, 마사이의 화법에서 가깝다라는 거리가 어느 정도의 거리인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 ‘진짜 와주기는 할까.’

 

빗소리는 거칠었고 주위는 칠흑이다. 보기 좋던 초원도 어둠에 싸이자 그저 막막한 어둠일 뿐이었다. 사방으로 작은 빛도, 인가의 단서도 보이지 않았다. 두려움이 일었다. 우리는 자연 앞에서 철저하게 무기력했다. 휴대폰의 손전등을 켜서 길을 향해서 차량 앞 유리창에 걸쳐뒀다. 누구라도 이 불빛을 조난의 신호로 봐주길 바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게 다였다.

 

   +휴대폰의 손전등을 길을 향해서 차량 앞 유리에 올려뒀다.

 

철저하고 완벽하게 검은 밤이었다. 이날 진창에 세 번째 차량을 빠뜨린 기사 아저씨는 자기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지 웃었다. 그러고는 하쿠나~마타~~(스와힐리어로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뜻)”를 읊조리며 어깨를 으슥해 보였다. ‘이 양반이 정말.’ 속 타는 출장자들의 마음도 모르고 유쾌하고 여유롭기 짝이 없는 안내자 셀리나는 차 안에서 콧노래까지 불렀다. ‘지금 노래가 나오나?’

 

   +두번째 빠진 진창에서 차를 밀어올린 뒤.

 

  +셀리나와 사이먼

 

셀리나는 휴대폰을 붙들고 친구와 현지어로 긴 통화를 했다. ‘지금의 상황을 알리는 것이겠지싶으면서도 통화중에 짓는 표정이나 목소리, 웃음으로 짐작했다. ‘너 잡담하고 있니?’ 긴 통화 끝에 차에서 내린 그녀가 제안했다. “트랙터 가이가 올 때까지 인근 마사이 집에 가 있자는 것. 인가를 추정할 만한 불빛도 흔적도 없는데 휴대폰 손전등을 밝힌 셀리나가 앞장섰다. “트랙터가 곧 온다면서 왜 가는가?” 격앙된 어조가 빠진 채 건조하게 영어로 던져진 질문은 그냥 묻혔다. ‘마사이 가정에서 하루를 묵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인가.’ 누군지도, 어딘지도 모르는 마사이 가정으로 무작정 찾아가는 것이었다. 길 같지 않은 길을 비추며 셀리나는 초원을 향해 걸었다. 불안과 의심으로 신경이 곤두섰지만 화를 낼 처지도 못됐다. 전적으로 그녀에게 의지할 수밖에.

 

  +마사이 가정 찾아가는 길

 

 마법처럼 마사이의 집이 나타났고, 셀리나가 가까운 이웃집처럼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렸다. “수바~” 인사하며 집안으로 들어섰다. 마사이 가족이 일행을 맞아주었다.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늘 해오던 것처럼 당연하게반겼다. 작고 낡은 TV가 틀어져 있었고, 벽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두어 줄 장식처럼 걸렸다. 작은 화롯불 앞에서 떨리던 몸을 녹였다. 긴장도 의심도 따라서 녹는 듯했다. 세계 어디서든 다른 모습을 한 사람들의 방문은 큰 구경거리다. 잠들지 않은 서너 명의 아이들이 방의 커튼을 젖히고 신기한 듯 내다봤다.

 

 딱히 할 말도 찾지 못한 채 작은 거실에 앉아있는 동안, 막막함 속에서도 이 마사이 가족의 환대가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 문 밖을 내다보고 있던 사이먼이 멀리서 트랙터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가만히 귀기울여보니 깊은 어둠 속, 먼 곳에서부터 희미한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희망의 소리를 확인해서인지, 그 순간 마사이의 환대가 한층 더 뜨거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셀리나는 밤에 불쑥 찾아든 낯선 사람들을 집 안으로 들이고 대접하는 마사이의 따뜻한 정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진창에서 우리를 구해 줄 트랙터 가이는 몸을 사리지 않고 진흙탕에 무릎을 꿇거나 엎드려 조난 차량에 사슬을 걸었다. 믿음직했고 눈물겹게 고마웠다. ‘뭐지?’ 지금 이 구원의 순간에 구원자와 사이먼의 표정이 어두웠다. 트랙터와 조난 차량에 연결할 쇠사슬 고리의 사이즈가 맞지 않았던 것. ‘결국 여기서 아침을 맞아야 하는가?’ 초면에 막중한 미션을 떠안은 두 파트너는 끙끙대며 차량 아래 어딘가에 고리를 고정했다. 트랙터가 굉음을 내며 끌었다. 차는 그대로 둔 채 쇠사슬만 떨어져 나갔다. ‘다시 한 번. 다시 쇠사슬만 끊어지듯 튕겨져 나갔다. ‘여기까지구나.’ 세 번째 시도. ‘진짜 마지막이다. 제발차량이 구덩이 가장자리를 밟으며 길 위로 겨우 올라섰다. 우리는 일제히 환호했다. 숙소인 나이로비로 갈 길은 멀고도 멀었다. 다시 진창길을 비틀거리며 나아갔다.

 

  +트랙터 가이가 나타났다.

 

 구조에 대한 대가는 지불해야했다. 트랙터 사나이의 마을에 다리가 부러진 한 남성을 차에 실어 병원으로 옮겨주는 것. 고통스러워하는 남성의 신음을 들으며 포장도로에 진입한 차량이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나이로비는 오른쪽인데내일 일정은 어찌하나.’ 나이로비로 가는 도로가 끊어졌을 거라는 얘기도 들렸다. ‘나록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길고 지친 하루를 내려놨다. 하루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되뇌자 허탈인 듯 안도인 듯 웃음이 새 나왔다. 2주 출장의 첫날 일정이었다.

 

'그래도 길에서 아침을 맞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가.' 막막한 사고와 극적인 도움의 손길. 마치 잘 짜인 각본처럼 느껴졌다.

 

어쨌거나 ~쿠나~마타~~”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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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사진이야기

검은 대륙 위를 달립니다.

 

끝이 어디쯤일까 싶은 녹색의 초원을 양쪽 날개인 듯 거느리고 길은 이어집니다. 길게 뻗은 2차선 아스팔트를 질주하고, 때론 몸이 튀어 오르는 비포장 길을 달렸습니다.

 

차창을 통해 바라보는 길에 끌렸습니다. 아니, 그 길을 딛고 선 사람들에 끌렸습니다. 어디로, 어디까지 가는지 알 수 없는 막연한 걸음이 낯설고, 한편 그 고된 걸음이 짠했습니다.

 

지구 반대편,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나와 이어질 가능성이 희박했던 삶들을 길 위에서 만났습니다. 스쳐 지났지만 내가 바라본 순간의 인연이 가볍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이 동시에 내 안의 탐욕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 낭만, 자유, 만남, 인연, 함께 같은 단어를 품고 있는 길 위에서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이 말을 떠올리며 마음가는대로, 눈 가는대로 셔터를 눌러 케냐를 담았습니다.

 

 

 

 

 

 

 

 

 

 

 

 

 

 

 

 

 

 

 

 

 

20180413~20180420 케냐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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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사진이야기

케냐, 에티오피아 등을 10여 일 동안 다녀오면서 사진을 참 많이 찍었습니다. 이 사진들은 그간 허접한 글과 함께 블로그에서 여러 차례 우려먹었습니다. 좀 더 깊고 진하게 경험하고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사진은 두서없고 함께 쓴 글은 두루뭉술하고 부족합니다. 아직 올리지 못한 사진이 많지만 단물이 다 빠졌으므로 이번 아프리카 포스팅으로 출장 얘기는 마감하려 합니다. 언젠가, 어떤 계기로 아프리카를 기억할 일이 생긴다면 그때 또 다른 사진을 보일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에티오피아와 케냐의 도시와 시골을 오가면서 제 시선을 잡은 것은 이었습니다. 색들이 눈에 들어온 것은 그간 무채색 위주의 색에 눈이 익숙했다는 의미입니다원색은 보는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피와 자연을 각각 상징하는 빨강과 초록은 코카콜라와 통신회사의 대표색이 되어 케냐와 에티오피아 전역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기에 대게 빨강, 초록, 노랑이 들어가는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허름한 단층 건물 전체를 뒤덮은 원색은 볼품 없음을 가리기 위한 것이었을까, 라는 생각을 이 글을 쓰는 동안 해보았습니다. 왜냐면 도심보다는 도시 외곽과 시골에 가까울수록, 소박하고 낡은 곳 일수록 색은 더 화사하고 풍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현지에서 색을 바라보는 순간에는 그 낡음보다 색의 향연에 빠져들었지요.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설렘이 있었습니다.

 

그런 색들을 모았습니다. 잠깐 경험한 아프리카를 기억하는 여러 요소 중에 '색'이 맨 앞자리를 차지할 것 같습니다. 마구 찍은 사진이라 좀 민망하지만 이 블로그에서 작은 전시를 엽니다.

 

컬러 오브 아프리카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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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두바이 공항에서 케냐로 출발하기 전, 몇 달 먼저 케냐를 경험했던 후배의 카톡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나이로비 공항에서 경찰이 시비를 걸지 모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돈을 바라는 것이라는 뉘앙스였지요도착비자 서류 한 장 작성하고 비용으로 50달러를 지불하자 그냥 쉽게 통과됐습니다. 짐 가방을 찾아 끌고 나가는데 경찰이 막았습니다. ‘올 것이 왔구나.’ “가방에 담배 있냐?” “담배 안 핀다.” “오케이.” 그렇게 공항을 빠져나왔습니다. 별거 아닌데 카톡 문자에 괜히 쫄았던 겁니다. 경찰이 사람 봐가며 시비를 거는 것이라 결론지었습니다. ^^

 

 

 

숙소로 이동하며 극심한 교통 정체와 끔찍한 매연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아프리카하면 초원과 밀림을 먼저 떠올리는 수준의 얕은 지식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차량으로 시내로 향하는 동안 차창 밖은 온통 낯선 구경거리였습니다. 차창 밖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제 시선과 이를 더한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케냐인들의 시선이 부딪쳤습니다. 좌판에 과일을 늘어놓고 파는 이, 옷가지를 조금 쌓아둔 채 벽에 기대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이, 정체시 유용한 이동 수단으로 보이는 오토바이에 걸터앉은 이, 공사장에서 느린 곡괭이질을 하는 이 등과 차례로 눈이 마주쳤습니다. 검은 얼굴에 유난히 흰 눈은 강렬했습니다. 차 밖이 궁금한 동양인들이 들어앉은 차 안은 이동하는 동물원이었습니다. 눈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며 빤히 바라보다가 매번 눈을 피하고 말았지요. 매연에 눈이 매웠던 겁니다. ^^

 

 

한인이 경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었습니다. 높은 담과 철제 문 앞 경비 아저씨의 존재로 이 나라 치안의 심각성을 짐작했습니다. 그럼에도 가정집을 개조한 것 같은 아늑한 숙소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모기장 쳐진 침대, 엔틱한 가구와 창틀창밖으로 우거진 나무 등이 근사했습니다. '괜히 불편한' 호텔과는 확실히 다른 편안함이 있었습니다. 

 

취재 도움을 주기로 한 월드비전 현지 직원이 일정을 브리핑한 뒤 안전담당자의 별도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그는 케냐에 대해 가난과 위험이라는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뒤 조심할 것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휴대폰을 거리에서 함부로 받지 마라며 윗옷 안쪽주머니 깊숙한 곳에 숨겨둔 것같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보였지요. “계산할 때 많은 돈 보이지 마라.” “몰에 오래 머물지 마라.” “밤에 돌아다니지 마라.” “차 창문 열고 있지 마라.” “눈에 보이는 귀중품 몸에 지니지 마라.” 이 모두 범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지난 번 일어났던 나이로비 시내 백화점 테러를 언급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흔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니 안심하라면서 웃었습니다.

 

취재지역은 나이로비에서 4시간쯤 떨어진 마쿠에니 칼라와라는 곳이었습니다. 도심의 아침 출근 정체가 심각했습니다. 반대 차선에는 나이로비로 들어오는 화물트럭이 행렬을 이뤘습니다. 버스에서 쏟아져 내려 일터로 향하는 출근길 시민의 걸음이 분주했습니다. 대로를 너도나도 자연스럽게 무단 횡단했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나이로비였습니다

 

 

 

도시와 시골의 경계가 모호했습니다. 도시를 미처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가축 떼와 마주쳤습니다. 고층건물들이 사라지면서 허름한 단층의 상점들이 길을 따라 이어졌습니다. 강렬한 붉은 색과 초록색 등 원색의 컬러들이 낡은 건물들은 바라보는 눈을 즐겁게 했습니다. 검은 피부와 황토색의 땅과 이 원색들이 잘 어울렸습니다. 붉은 색과 초록색이 많은 이유를 현지인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코카콜라의 빨강과 통신업체의 초록이라고 했습니다. 업체에서 페인트칠을 무료로 해줬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 색의 근원을 물은 것인데 영어가 짧아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습니다. 빨강은 피요, 초록은 자연의 상징이라는 것을 짐작했습니다

 

 

 

 

 

 

 

 

 

 

케냐에 왔으니 간단한 인사 정도는 예의지요. 간단한 스와힐리어를 익혔습니다. “잠보(hello)”, “아싼테(thank you)”, “하바리 야코(how are you)”, “므주리(good)”, “포레(sorry)”, “카리부(welcome)”, “꽈헤리(bye).” 간단한 단어지만 입에서 겉돌았습니다. 따라 발음하면 뭐가 재밌는지 현지인은 낄낄댔습니다. 이해 못할 것도 아니지요. “코리안 잠보가 뭐냐?”고 묻기에 .....”라고 또박또박 발음해줬더니, 글로는 표현할 수도 없는 웅얼거림으로 돌아왔지요. ㅋㅋ그런 재미 아니겠습니까.

 

 

칼라와는 월드비전이 후원하는 지역입니다. 마을의 자립을 돕고 궁극적으로 지역 아동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널찍한 황토색 비포장도로 좌우로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거친 길을 따라 듬성듬성 집이 나타났습니다. 한 농부의 집을 방문했습니다뭘 먹고 사는지를 보기 위해서지요. (경향신문 8월18일자 기획시리즈 '지구의 밥상 - 가뭄이라는 아이(케냐편)'참고) 

 

 

 

안주인은 벽돌을 쌓아 만든 부엌에서 불씨를 불어서 살린 뒤 솥 하나를 돌 사이에 걸었습니다. 쾌쾌한 연기가 자욱했습니다. 옥수수와 붉은 콩 등을 섞어 끓인 뒤 두어 그릇 퍼냈습니다. 그리고 일곱 개의 숟가락이 그 위에 얹혔습니다. 일곱 식구는 최소한의 밥을 짧은 시간에 먹었습니다점심식사였습니다. 작은 규모의 농사지만 직접 키운 것을 따고 말리고 삶아서 먹는 식사는 초라해 보여도 어떤 경건함이 배어 있는 듯 했습니다.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최소한의 끼니에도 행복이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나는 너무 많이 먹고 사는구나하는 반성을 하게 됐지요.

 

 

 

 

 

 

이 집 막내 꼬마에게 사탕하나를 꺼내 주었습니다. 아이는 작은 사탕 봉지를 이리저리 만지작거렸지요. 뜯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사탕을 먹어 본 적이 없었나?’ 싶어 좀 짠해졌지요. 한편 아이에게 사탕을 주는 모습을 아이의 부모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신경도 쓰였습니다. 문화와 정서를 모르니 행동 하나하나가 상처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습니다.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선했습니다. 무표정하게 일행을 바라보는 남성들은 다소 무서워 보이기도 했지만 먼저 손 내밀며 잠보~”하고 짐짓 발랄한 표정으로 인사하면 열에 아홉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수줍게 손을 잡았습니다. 먼저 다가가면 표정 없던 얼굴이 금세 환한 웃음으로 덮였지요. 사람 사는 세상이 다르지 않습니다.  

 

칼라와 취재일정을 마치고 작별의 시간을 앞에 두고 월드비전 현지 직원들과 우리 일행은 보고 느낀 것, 서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나눴습니다. 이틀이면 한국인과 케냐인 사이에 작지 않은 정이 들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다시 만나자"는 왠만해선 지켜질 것 같지 않은 약속으로 헤어짐의 아쉬움을 다독였습니다. 악수와 포옹으로 앞날의 행운을 빌었습니다. “브라더” “프렌드라는 진심 섞인 단어들이 귀전에 전해졌습니다. 헤어질 때 비로소 만남의 인연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도대체 이 지구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었던 확률은 얼마이며 그 인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평생 한 번 갈까말까 한 케냐에서 가까운 사파리도 못가 볼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보냈습니다. ‘미련했다는 것을 한국에 와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깨닫고 있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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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출장지였던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외곽지역을 차량으로 오가며 현지인들의 모습을 살폈습니다. 몇 가지 관심을 갖고 본 모습 중에 하나는 걷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걸어서 어디까지 가는 걸까?’ ‘얼마나 걸어왔으며 얼마나 더 걸어갈까?’ 궁금했습니다. 속도에 익숙한 제겐 눈앞에 펼쳐지는 느리고 막연한 걸음이 답답해 보였던 것이지요. 달구지나 오토바이를 타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그냥걸었습니다.

 

 

걷는 아프리카인들을 달리는 차 안에서 찍었습니다. 빡빡한 일정에 좀처럼 속도를 늦추지 않는 차 안에서 걷는 이들을 찍는 것이 비겁하고 소심한 사진 찍기라 자아비판을 했습니다. 적어도 함께 걸으며 찍었어야 그 의미와 함께 사진의 무게감도 살아났을 테지요. 고로 아주 가벼운 사진들입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차량의 엔진소리에 길가로 비켜서며 차창 속의 일행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현지인의 시선과 마주치곤 했습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고 지고 들고 끌고 반복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구불구불한 산길과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의 먼지 속에서도 걷고 또 걸었습니다. 목적지가 집이든 우물이든 시장이든 얼마만큼의 거리를 걸어가는지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이방인의 눈에 걷는다는 것 자체가 하루 일과의 또 삶의 중요한 부분인 듯 보였습니다.


 

 

걷기 예찬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걷기를 통해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고... 속도에서 벗어나고... 사색하는 것뭐 이런 좋은 말들을 길게 써놓은 책이지요. 읽다가 덮어 놓은 이 책이 떠오른 것은 이 프랑스인 작가가 예찬한 걷기는 고상한 취미 같은 생활적인 느낌이지만, 제가 목격한 아프리카인들의 걷기는 생존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생존적 걷기에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이나 사색이 깃들 수 있을까? 하는 질문도 해봅니다.

 

 

지난달 다녀온 아프리카 출장 기획기사가 아직 지면에 선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출장지의 이런저런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옳지 않다며 나름 자제하다가, '홍보가 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한편 케냐 출신 마라토너의 귀화 뉴스를 접한 것이 자제력 상실의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케냐와 에티오피아에서 지금도 마냥 걷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 세계적인 장거리 육상선수들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는 탄탄한 토양 아니겠습니까. 그나저나 케냐 마라토너가 귀화하면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까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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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앞선 글에서 언급한 아랍에미리트(두바이)에 이어 케냐와 에티오피아를 거쳐 귀국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여행지로 선택하기 쉽지 않은 나라들이지요. 또 올 일이 있겠나, 싶어 오가며 사진을 잔뜩 찍었습니다. 직접 보고 느끼는 여행을 대체하지는 못할 사진이지만 블로그에서 틈틈이 보여드리려고(우려먹으려고) 합니다. 기획 취재로 간 출장이어서 관련 사항은 빼고(상도의지요^^) 나머지 것들을 사진 중심으로 올릴까 합니다. 골라 놓은 사진이 200장은 족히 넘는 것 같습니다. 이걸 어떻게 정리해 올릴까 고민입니다. 맛보기로 사진 몇 장 올립니다.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이라는 프랑스 출신의 사진가가 있습니다. 항공 촬영으로 <하늘에서 본 지구>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지요. 한국에서 전시도 했습니다. 얀을 끌어들인 것은 포스팅 글의 제목을 하늘에서 본 아프리카라고 달기 위해섭니다. 이런 류의 항공사진은 비행기, 헬기 등으로 국내외를 출장 다녔던 동료 선후배 기자들도 여러 차례 선보인 바 있어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요즘 드론 촬영으로 훨씬 더 익숙한 분야의 사진이기도 하지요낯선 아프리카라는 이유로 허접한 사진 몇 장을 용기 내 올려보려는 것입니다.

 

항공사진이란 게 저의 굳은 의지로만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날씨가 허락해야 하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비행기 탑승 자리가 각 열의 양쪽 창가에 배정돼야 합니다. 창쪽으로 자리를 달라고 항공사 직원에게 보챌 수도 있지만 성격상 그렇게 까지 하지는 못합니다. 케냐 나이로비공항을 떠나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의 제 자리는 창가인 A석이었습니다. 날씨도 비교적 좋았습니다.

 

막상 사진을 올리고 보니 얀의 이름을 가져다 쓴 것이 좀 미안하네요. ^^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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